셀비아는 공연장 무대로 살그머니 나섰다. 아마도 저 커튼 너머에는, 수십만의 관중들이 나 하나를 애타게 기더리고 있을 것이었다. 이번이 그녀의 첫 지방 공연이었다. 저기의 관객들은 그녀를 모를 수 있었다. 변방까지 찾아온 그녀를 아마 알아볼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었다. 저 너머는 그녀의 팬이 아닌, 그저 털 많고 피부가 그을려서 새까만 장병들이 우글거릴 것이었다. 그녀는 언제나 누군가에게 심판받는다는 것이 두려웠다. 첫 공연에서 실수하면, 그녀는 백이면 백 좋지 않은 평가를 받을 것이었다.
그녀가 미처 생각을 끝내기 전에, 커튼이 옆으로 제껴졌다. 제껴진 커튼은 이윽고 내 몸 전체를 양지로 드러내고 있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비록 허름하지만 큰 공연장 안을 꽉 채우다 못해, 계단에까지 앉아 있었다. 그리고, 나는 열화와도 같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장교들은 내 이름을 불러 주며 잔뜩 찬양했지만, 역시 예상대로 일반병들은 그저 로봇과도 같이 무표정하게 치고 일었다. 뒤쪽에서는 누운가 공연장을 황급히 이탈하고 있었다. 로브를 걸친 마법사였다. 그들을 바라보는 건, 동석했던 듯한 잡종 하나와 어떤 그녀 또래의 사내였다. 어디선가 본 듯한 생김새였다. 기억의 조각을 끌어모아서 누군지를 밝히려던 참에, 그녀는 뚱한 표정의 관중들을 보고는 노래를 시작하지 않았다는 것을 그제야 알아차렸다. 이윽고 나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였다. 이 지역의 민요인 '가이아나 아리아'를 한 소절씩 읊어나가기 시작했다. 관중의 반응을 언제나 살피던 평소의 그녀와는 다르게, 머리속에서는 계속해서 기억의 조각을 맞춰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모든 기억이 하나의 줄기로 맞추어졌다. 그 남자가 바로 '나보다 뛰어난 자'였다. 순간 온 몸에 소름이 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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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반은 옆에 앉아있는 동료들에게 자루에 담긴 무언가를 나누어주고 있었다.
"자, 받아. 이번에 새로 나온 부싯돌 발화식 머스킷이야. 수도에서 큰돈 주고 질렀지!"
"뭐어? 이거 그렇게 비싸다던 수석총 아니야? 탄약 구하기도 힘든 판에..."
"나온지는 삼백년도 더 된 물건이라서 그리 비싸지는 않지, 다만 탄약이 희귀해서 비싼 건 사실이야."
세르반은 총을 가져온 기름으로 박박 닦고 문지르기 시작했다. 타르 냄새와도 같은 그 냄세에 질린 다른 관객들은 눈살을 찌푸렸지만, 구태여 뭐라 말하지는 못하였다. 그 때, 레일은 세르반을 보고는 한 마디 내뱉었다.
"거참 냄새나 죽겠네... 아저씨! 그 총 치워요!!"
세르반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는 계속해서 총을 박박 닦았다. 동료가 눈치를 주어도 아랑곳않고 총기 손질에만 전념할 뿐이었다. 심한 페인트 냄새가 어느새 공연장 안을 가득 메웠다.
©issess / build 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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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즈토 | 헤에 먼가 전개가 좋네요 ㅎㅎ 2015/03/14 13:4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