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세린이에게 마음에도 없는 말을 내뱉고 뺨까지 때리는 쓰레기 같은 짓거리를 저질러 버렸다.
급히 사과하려고 다시 어깨에 손을 얹어보지만, 눈보라처럼 냉랭하고 매섭게 내 팔을 내리치더니 경멸이 담긴 눈초리로 나를 째려보았다.
그러더니 얼마 안 있어 저 멀리 복도를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한심한 새끼."
세린이를 잡기 위해서 발을 지면에 디뎟을때, 뒤에서 어딘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 돌아봤더니 아까 세린이에게 사과하라고 나에게 으름장을 놓던 가영이였다.
아까부터 내가 하는 짓거리를 싹 다 보고있었던건가...
".....본거냐?"
"이 책으로 머리에다가 내려쳐버리기 전에 어서 세린이한테 가봐."
"그래봤자 내가 뭘 할수 있ㄷ..."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가영이는 들고있던 교과서로 내 머리를 향해 있는 힘껏 내리쳐버렸다.
그 휘두름은 내 머리에 정통으로 직격했고,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한번 더 폭격이 내려왔다.
그걸 서너번 쯤 반복하고 나서야 겨우 그녀가 때리는 것을 멈추었다.
아프다.
눈앞이 황사가 짙은 하늘을 보는것 처럼 누렇다.
머리에서는 피가 나도 상관없을만큼의 고통이 느껴진다.
하지만 여기서 끝난것이 아니였다.
교과서에 맞아 어리바리 하고 있는 틈을 타서 가영이가 내 멱살을 잡고 벽에다가 잇는 힘껏 밀어붙였다.
"교과서에 맞으니까 어때, 아프지? 근데...니한테 저런 야박을 받고 뺨까지 맞은 세린이에 비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야. 알어?"
"시x...그래서, 나보고 뭐 어쩌라고!"
"지금 당장가서 세린이에게 가서 빌어. 잘못했다고"
"여기 전부를 찾는 동안에 또 어디론가 가버리면 어떡할건데?"
"소꿉친구가 되는 새끼가....옥상에 가봐, 고민있을때마다 항상 거기있으니까."
"크윽...가면 될거아냐."
젠장, 머리가 아직도 종이 치는것처럼 계속 울린다.
근데 저녀석 대체 뭐냐..지가 세린이 가족이라도 되는것처럼 말하네.
그래도 소꿉친구면서 저녀석이 고민있을때마다 어딜 가는지도 모르고 있었다는거 하나는 정말 한심한게 맞네.
속으로 가영이를 향해 수 없이 욕짓거리를 하며 복도 중간에 있는 계단을 통해서 옥상을 향해 올라가기 시작했다.
한칸 한칸을 올라갈때마다 불안함과 한심함이 내 몸에 쌓이고 있었다.
이제와서야 걱정이 생기게 느껴지니 헛웃음이 나왔다.
그렇게 매몰차게 대하고 나서야 세린이가 생각나는게 너무나도 한심했다.
17년동안 항상 우연처럼 옆집에 살고, 항상 같은학교에, 같은반이 되서 언제나 같이 붙어있으니 이제 세린이에 대해서 뭐든지 안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난 아무것도 오르고 있던 셈이다.
옥상에 다다르니 미처 닫히지 못하고 바깥 바람때문에 휘청거리는 문이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맞이해주고 있었다.
망설임 없이 옥상으로 들어오니 세린이가 보였다.
"야, 이세린"
이름을 불러도 그녀는 요지부동의 자세를 하고 날 맞이해주었다.
다시는 보고싶지 않았던, 예전의 세린이가 짓고 있었던 그 표정으로.
".....불렀어?"
"사과하러 왔어"
"내가 여기 있는건 용케 알아차렸네?"
"가영이가 알려줬거든"
개처럼 쳐맞고 듣고온거지만.
"그냥 내버려둬.."
"그래도 소ㄲ..."
"소꿉친구니까 뭐, 사과하는거야? 고작 그ㄹ.."
.....고작?
거의 평생을 같이 놀면서 커왔는데 고작 그런거?
세린이가 그런 말을 하자 이상하게 속에서 무언가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아무리 억눌러봐도 진정되지가 않았다.
게다가 짝녀에게 차였을때와 같은 기분이 들자 더더욱 주체할 수가 없었고,결국에는 아까처럼 폭발해버렸다.
"걱정되잖아 이 바보야!!"
".....어?"
"옥상에 올라가서 니가 죽어버리는게 떠오르잖아! 나때문에 그럴까봐, 고작 그딴것 때문이 아니라!!"
브레이크가 망가진 기차처럼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서 멈추지가 않는다.
말과 행동이 머리에서 정제되지 않고 그대로 입을 통해 뱉어지고 있다.
"너가 어떻게 되버리면....나보고 어떻게 살라고!"
이런 말을 하면서 나는 세린이의 가녀린 팔을 확채고는 그대로 옥상에서 내려왔다.
옥상에서 서로 대치하며 금가버린 기분으로 만나 사과하는게 아닌, 제대로 세린이 앞에서 사과하기 위해서.
©issess / build 212
Comment : 2
berryberry | 저거 제목 못고치나...잘못 써부렷는데... 2015/02/23 18:11:21
광덕이 | ㄱㄱ~! ㅆ!! 2015/02/23 19: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