짤처럼 어느 양반님의 국문소설을 보고, 저도 소설을 써 보았습니다. ㅎ!
가로등과 차 하나 없이 어둡고 조용한 한 마을의 해안도로는 여느 날과 같이 평온을 유지하고 있었다.
멀리서 한 차량의 헤드라이트 불빛이 옥수수밭을 휩쓸며 지나간다.
"박사님, 여기인 것 같아요."
붉은 웨이브 머리를 한 여자가, 운전석에 앉은 박사의 옆에서 말하였다. '박사'라 불리는 그는 차량을 몰고 해안도로에서 밭두렁길로 차를 몰았다. 양 옆에는 농부들의 정성이 담긴 옥수수가 노르스름하게 익어 가고 있었다.
어느덧 차는 옥수수밭을 가로질러 아름다운 해안절벽이 눈에 들어오는 한 오두막에 도착하였다. 달빛이 바다를 은은히 비추어, 물결이 찰랑거리는 것이 멀리서도 빛나 보였다. 박사와 여자는 그 검은색 승용차에서 내렸다. 여자는 바다를 보며 잠시 감성에 젖은 듯, 멀리 달빛에 빛나는 물결을 바라보고 있었다. 박사는 여자가 그걸 보는 사이, 큼직한 장비를 챙기고 오두막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갔다.
잠시 감상에 취하던 여자는 박사가 소리없이 사라지자 서운해하며 박사의 뒤를 쫓았다.
오두막 안은 동굴 안처럼 앞이 깜깜하였다. 오직 불이 밝혀진 곳은 오두막의 다락방이었다. 1층과 다락의, 제법 단순한 구조로 되어 있는 오두막이었다. 다락의 문은 이 농촌의 풍경과는 이질적인 현대식 도어락으로 잠겨 있었다. 다행히도 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 문을 열자, 한 노인이 반갑게 맞아 주었다.
"폭스테일 박사님이시죠?"
"예. 그렇습니다. 당신은 이 동네 이장분 되십니까?"
"그렇소만."
촌동네 사람답게 무뚝뚝한 이장은 폭스테일 박사 내외를 반갑게 맞이하였다. 박사는 인사를 받는 둥 마는 둥 하고는 답례도 안 하고 바로 환자의 상태를 살폈다. 진정제를 맞았는지 통나무처럼 뻣뻣하게 굳은 채로 곰팡이 낀 침대에 누워 있었다. 팔다리에는 누군가에게 맞기라도 했는지 시퍼런 피멍이 여럿 들어 있었다. 왼손 약지는 잘려나가고 없었으며, 주홍색 머리칼은 미친 사람치고는 누군가가 가꾸어 준 것마냥 꽤나 가지런했다. 환자의 서랍장 위에는 면허증이 놓여 있었다. 박사는 그 면허증을 자세히 살펴 보았다.
"린다 해밀턴, 21세 여성. 이 분이 환자분이신가요."
"그렇소만. 문제라도 있나요?"
"아니요. 나이가 젊으니 오히려 더 수월할 것 같습니다."
폭스테일 박사가 답하여 주었다. 이장은 살짝 미심쩍은 표정을 지었으나, 이내 거두고는 다시 걱정스러운 얼굴로 돌아왔다.
"아내분이 젊으시네요. 좋으시겠어요."
이장이 말하였다. 박사는 한 귀로 듣고 나머지 귀로 흘려 보내었지만, 여자만은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반응하였다.
"아...아니 저희 그런 사이 아니에요! 그저 밑에서 일을 배우는 인턴 정도라고요!"
"..."
이장은 그저 잘 좀 봐달라고 하는 인사치레용 말이 도리어 독이 되자, 어쩔 줄 몰라 하였다. 조수인 케이트는 화를 내고도 얼굴이 붉어져서 어찌 할 바를 몰랐다.
"아, 그건 그렇고, 여기는 해가 지는 시간대에는 전기가 단전된답니다. 다음날 동이 터야 다시 틀어주지요. 기계구동에 문제가 된다면 여기서 하룻밤 주무시고 하셔도 됩니다."
"전기가 끊기건 말건 별 상관 없습니다. 이럴 때를 대비해서 항상 고압 축전지를 달고 다니니까요."
박사의 설명에 이장은 그제서야 한시름 놓은 듯 하였다. 이곳저곳에 깨진 유리조각과 손톱으로 잔뜩 긁혀 있는 나무바닥과 문은, 이장이 그들을 불러오는 어려운 결정을 내릴 때까지 그녀가 이장 개인과 마을 전체의 엄청난 근심걱정거리였을 것이었다. 탁자에는 가족사진이 놓여 있었다. 뭐든지 깨지고 부수어진 이 방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제 모습을 갖추고 있는 물건이었다. 거기에는 이장이 그의 두 딸과 함께 촬영한 사진이었다. 딸들의 친모는 사진 속 어디에서도 없었다. 케이트는 지금 당장 이장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고 싶었으나, 폐가 될까 참았다. 아이 둘은 모두 사진 속에서 해맑게 웃고 있었다. 비슷한 외모 때문에, 둘 중 누가 이번 치료 대상인 환자, 린다인지는 도무지 알 도리가 없었다.
"기계 구동까지는 앞으로 30분 정도면 끝날 겁니다. 그 동안 뇌를 읽고 있으니, 절대 환자분을 깨우지 말아 주세요."
박사가 말하였다. 이장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기계가 구동되는 동안, 환자분에 대한 간략한 삶 이야기를 들려 주실 수 있으신가요? 치료에 필요하니, 최대한 정직하게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박사가 이장에게 말하였다. 이장은 흔쾌히 수락하고는 박사가 앉은 탁자의 맞은편에 앉았다.
©issess / build 212
Comment : 2
의사양반 | 투다문! 2015/02/22 00:46:12
광덕이 | 그것도 있지만, 닥터 프로스트 영향을 좀 더 받았죠 ㅎ! 2015/02/22 00:49:34